개요
지방간은 말 그대로 간에 과도한 지방이 쌓여서 발생하는 질병입니다. 일반적으로 간의 5% 이상이 지방이면 지방간으로 진단합니다. 간세포 중 5%에서 1/3 이하가 지방으로 이루어지면 경증 지방간, 1/3~2/3 이면 중등도 지방간, 2/3 이상이 지방이면 중증 지방간입니다.
지방간은 과음으로 인한 알코올 지방간과 과도한 열량 섭취로 인한 비알코올 지방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만이 지방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최근에는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에서도 지방간이 자주 발생합니다. 이처럼 술을 거의 먹지 않는 사람에서 발생한 지방간을 비알코올 지방간이라고 부릅니다.
비알코올 지방간 질환은 과도한 열량 섭취로 인해 생기므로 비만 및 당뇨병과 연관되어 발생하며, 한 가지 병이라기보다 가벼운 지방간에서 만성 간염, 간경변증, 간암에 이르는 다양한 병을 포함합니다. 남자는 하루 30 g, 여자는 하루 20 g(알코올 10 g은 맥주 250 cc[대략 1잔], 소주 40 cc[1잔], 양주 25 cc[1잔]임) 이상의 알코올을 마시는 경우에 알코올 지방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소주로 환산하면 남자는 1주일에 소주 3병 이상, 여자는 2병 이상입니다. 따라서 알코올 섭취량이 그 이상일 때 지방간이 관찰되면 알코올 지방간, 그 이하면 비알코올 지방간으로 진단합니다. 하지만 과도한 음주를 하는 사람이 많은 열량을 섭취하여 비만인 경우 알코올 및 비알코올 지방간이 함께 발생하기도 합니다.
개요-종류
대부분의 지방간은 위험하지 않지만 축적된 지방에서 간에 해로운 물질(사이토카인)이 분비되어 10명 중 2~4명은 간염, 간경변증, 간암 등 심각한 병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은 진행 상태에 따라 단순 지방간, 지방간염, 지방간 연관 간경변증으로 분류합니다.
- 비알코올 지방간: 간세포의 5% 이상에서 지방침착을 보이지만 간세포 손상 및 섬유화(간이 굳은 소견)가 관찰되지 않는 경우
- 비알코올 지방간염: 간 내 지방침착을 보이면서 간세포 손상을 동반한 염증 소견이 있는 경우로 일부 섬유화를 동반하기도 함
- 비알코올 지방간 연관 간경변증: 비알코올 지방간이나 지방간염의 소견이 동반되며 간의 상당부분에 섬유화가 발생한 경우
역학 및 통계
국내에서는 매년 100명당 2~5명에서 비알코올 지방간이 새롭게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습니다. 국내 비알코올 지방간의 유병률은 전국 규모의 연구가 아니라 병원별로 건강검진을 받은 사람들을 분석한 결과로 편차가 존재하지만 대략 20-40%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은 최근 세계적인 보건 문제로 부상하고 있으며 전 세계적인 유병률은 국내 유병률과 유사한 25% 정도입니다.
한편,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비알코올 지방간은 고령화, 당뇨 등과 동반하여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비알코올 지방간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비만 유병률 또한 급격한 증가 추세입니다. 우리나라의 비만 유병률은 2017년 기준 34.1%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30년에 우리나라 고도 비만인구가 지금의 두 배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비알코올 지방간 또한 향후 급격히 증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비알코올 지방간을 예방하려면 비만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비만 여부를 자가 측정할 수 가장 손쉬운 방법은 체질량지수(BMI)를 계산하는 것입니다. BMI는 체중(kg)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입니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BMI는 근육, 지방의 구분이 아니라 단순히 체중만을 기준으로 하며, 비만은 체중이 무거운 상태가 아닌 지방이 많은 상태이므로 비만도를 평가할 때 체지방률을 같이 평가하는 것이 좋습니다.
진단 및 검사
지방간은 대부분 특별한 증상이 없습니다. 간염이나 간경변증, 심지어 조기 간암이 발생해도 대부분 증상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건강검진 등에서 시행한 혈액검사 상 간수치 상승이 발견되어 추가적인 검사를 받고 진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1. 문진
과도한 음주 경력이 있거나,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 고혈압 등을 진단받았거나 치료 중인지 확인합니다. 대부분 과거에 "간기능 검사에 이상이 있다"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과거 병력이 있으면 자세히 물어봐야 합니다. 과거에 다른 간질환(B형간염, C형간염 등)을 진단받은 환자는 다른 간염이 동반되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약제에 의한 지방간도 많기 때문에 약물이나 건강보조식품 등에 대해서도 세심한 문진이 필요합니다. 특히 지방간이 진행되어 간경변증으로 악화된 경우, 초음파 검사에서 지방간 소견이 사라지는 수가 많기 때문에 과거력 문진이 더욱 중요합니다.
2. 혈액검사
지방간 진단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검사는 혈액검사로 간 기능을 측정하는 것입니다. 지방간 환자는 대부분 정기검사 혹은 간단한 혈액검사에서 간 기능 수치 이상이 나옵니다. 특히 AST와 ALT(GOT, GPT)의 경미한 상승이 관찰되는데 200 U/L(정상치 40 U/L 이하)를 넘지 않는 것이 보통입니다.
알코올 지방간에서는 AST가 ALT보다 높은 경우가 많고, 비알코올 지방간에서는 ALT가 AST보다 높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GGT(gamma GT)는 알코올, 비알코올 지방간에서 모두 증가하며, 특히 알코올 지방간에서는 음주량과 비례하여 GGT 수치가 증가하므로 경과 관찰에 도움이 됩니다. 간수치의 상승이 지방간 때문인지는 다른 간질환이 없을 때 판단이 가능하므로, 간염을 일으킬 수 있는 다양한 원인에 대한 검사가 필요합니다.
B, C형 간염, 자가면역성 간염, 원발성 담즙성 담관염, 윌슨병 등은 혈액으로 검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간단한 간기능 검사 이외에도 여러가지 혈액검사가 필요합니다.
예) 여자 52세, 비알코올 지방간 환자의 간기능 검사 소견
AST 37 U/L (정상치 < 40 U/L), ALT 76 U/L (정상치 <40 U/L), GGT 83 U/L (정상치 <48 U/L)
예) 남자 48세, 알코올 지방간 환자의 간기능 검사 소견
AST 86 U/L (정상치 <40 U/L), ALT 63 U/L (정상치 <40 U/L), GGT 249 U/L (정상치 <48 U/L)
3. 영상검사
초음파 검사는 혈액검사와 더불어 지방간 진단에 꼭 필요합니다. 일반적으로 지방간은 초음파상으로 정상 간에 비해 하얗게 보이며 우측 신장(콩팥)보다 더 밝게 보입니다. 초음파로 지방간의 진행된 정도(대략적인 간 내 지방의 양)를 경도, 중등도, 중증으로 나눌 수 있으나, 초음파 검사만으로는 지방의 양이나 지방간염 혹은 간경변증으로 진행되었는지를 정확히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CT 검사에서는 초음파와 반대로 지방간이 정상간보다 어둡게 나타납니다. 그러나 CT 검사가 지방간의 진행 정도를 판단하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MRI 검사는 지방간의 정도를 파악하는 데 유용하나 검사비가 비싸고, 많은 의료기관에서 사용할 수 없는 관계로 아직까지 잘 이용되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비침습적으로 간의 탄력도를 검사하는 파이브로스캔 검사(간섬유화 검사)를 이용하여 간의 섬유화 여부 및 지방간 정도 (CAP)를 수치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되어 지방간을 판단하는 데 사용되고 있습니다.
4. 조직검사
간 조직검사는 초음파를 보면서 우측 갈비뼈 사이로 가느다란 바늘을 찔러 넣어 적은 양의 간 조직을 얻은 후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검사입니다. 간 내 지방의 침착 정도 및 동반된 염증이나 섬유화 여부를 정확히 알 수 있어 장기 예후(지방간염, 간경변증으로 진행 여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지방간의 진단을 위해서 매번 간 조직검사를 시행하지는 않습니다. 간 조직검사는 위험하지는 않지만 침습적인 검사이고, 지방간 자체는 혈액검사와 초음파 검사 같은 비침습적인 검사로도 진단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지방간에서 조직검사는 꼭 필요한 환자에게만 시행합니다.
조직검사에서 단순히 간에 지방만 많이 쌓여 있는 경우에는 간경변증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매우 낮으나, 조직검사에서 지방뿐 아니라 염증이나 섬유화가 동반되어 있는 지방간염의 경우에는 간경변증, 더 나아가서는 간암 등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치료
1. 식이요법
비알코올 지방간의 치료에는 무엇보다 식생활 습관을 교정하고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칼로리 식이와 운동을 통해 체중을 감량하는데, 매일 500-1,000 kcal를 줄인 식단을 중간 강도의 운동(주 3회 이상, 1회에 60~90분 정도)과 함께 유지할 것을 권장합니다.
식이 조절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총 에너지섭취량 감소이며, 특히 탄수화물과 지방 섭취의 조절이 중요합니다. 초기 체중 감량은 6개월에 대략 체중의 10% 감량을 목표로 합니다. 열량 섭취를 극도로 낮춰 빠른 시간 안에 급격하게 체중을 감량하는 것은 도리어 간 내 염증을 증가시킬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합니다.
최근에는 체중의 약 5% 정도만 감량해도 인슐린 저항성이 개선되고 간수치가 호전된다는 보고도 있어 적더라도 체중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 운동요법
운동요법은 인슐린 저항성과 대사증후군 개선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운동은 복부 비만과 인슐린 저항성 여부와 무관하게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을 호전시킵니다. 3-5%의 체중을 감량하면 지방간이 호전되고, 7-10%를 감량하면 간섬유화를 비롯해 대부분의 지방간염 관련 조직 소견이 호전됩니다. 유산소 운동과 근력 강화 운동이 모두 도움이 되며, 특히 복부 비만이나 근감소증이 있으면 더욱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3. 약물 치료
지방간염의 치료제에 대한 연구는 매우 활발하여 수 년 내에 효과적인 약물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비알코올 지방간염에서 가장 많이 연구된 약물은 당뇨병 약제 중 하나인 티아졸리디네디온과 비타민 E입니다. 티아졸리디네디온은 간조직 검사로 확진된 비알코올 지방간염 환자에게, 비타민 E는 당뇨병이 동반되지 않은 비알코올 지방간염 환자에게 사용합니다. 두 약제 모두 의료진과의 상담 후에 안전성 등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투여해야 합니다.
4. 수술적 치료
과거 우리나라에는 비만수술요법이 필요한 고도비만 환자가 매우 드물었으나, 최근에는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비만수술요법(bariatric surgery)은 고도비만(체질량지수 > 40 Kg/m²)이거나 체질량지수 > 35 Kg/m² 이상이면서 당뇨나 고혈압 등 위험인자가 동반된 경우에 권장됩니다. 비만수술요법으로는 조기포만감을 유도하여 음식 섭취를 줄이는 수술, 음식 흡수 저하를 유도하는 수술 등이 있습니다.
합병증
지방간은 대부분 경과가 양호하지만, 일부 비알코올 지방간염 환자는 간경변증이나 간암 등 보다 심각한 간질환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비만인 사람의 60~80%가 비알코올 지방간 질환을 동반하며, 지방간 환자의 25~40%는 지방간염으로 진행합니다.
지방간염 환자의 5~18% 정도는 간경변증으로 진행하고, 비알코올 지방간 연관 간경변증 환자에서 간암 누적발생률은 연간 2.6% 정도로 추정됩니다. 초기 지방간염 상태에서 간경변증으로 진행될 때까지 약 20~30년 정도가 소요되는데, 섬유화가 전혀 없는 경우를 0단계, 간의 상당 부분이 굳은 간경변증을 4단계라고 할 때 1단계 악화되는 데 평균 7년 정도가 소요되는 셈입니다.
비알코올 지방간은 간암 발생과도 연관됩니다. 주로 진행된 섬유화나 간경변증이 있는 환자에서 간암이 발생하나, 섬유화가 없는 환자에서 간암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비알코올 지방간염 환자들은 모두 정기적인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확한 발암 기전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고령, 제2형 당뇨병, 비만 등이 발암을 촉진하는 위험인자로 생각됩니다.
또한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은 대사증후군, 당뇨와 유의한 연관성이 있으며, 지방간 환자에서는 심혈관 질환이 유의하게 증가합니다. 한 연구에서는 비알코올 지방간 환자에서 두 번째로 흔한 사인이 심혈관 질환으로 나타났습니다. 따라서 비알코올 지방간 환자는 간기능 악화뿐만 아니라 당뇨병 및 심혈관 질환 역시 지속적으로 스크리닝해야 합니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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